생활체육/복싱

복싱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Q&A

오리@ 2025. 6. 28. 23:18

그동안 정신없이 살다가, 오랜만에 복싱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저도 이제 복싱을 배운 지 4년이 넘어가고... 중간에 많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나름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그간의 제 경험도 정리해보고, 복싱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복싱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뽑아 Q&A 형식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정답은 아니고 제 경험에 근거한 것이니 참고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복싱을 하기 전에는 꽤 오랫동안 웨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파워리프팅을 지향하며 운동을 많이 했습니다. 오랜 기간 중량을 올리면서 운동을 하다 보니 관절이나 인대에 부담이 많이 갔습니다. 몸도 많이 뻣뻣해졌고요. 그때쯤 고민이 많았습니다. 웨이트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단순히 무게만 많이 올려서 건강해지는 게 맞을까? 하는 생각에 운동에 대한 동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 무렵 새로운 운동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고, 그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게 복싱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짓수를 배우려고 했었는데,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때라 가까이 붙어서 운동하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나마 거리 두기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종목이 태권도나 복싱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체육관을 찾다 보니 복싱 체육관이 있더군요. 예전에 아주 잠깐 킥복싱을 배워본 적이 있는데, 사실 그 후로는 격투기에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복싱에 대해 다시 호기심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등록했고,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체육관은 일주일에 얼마나 나가시나요?

 

처음에는 주 5일을 꼬박 채웠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주 4일 이상은 체육관에 나갔던 것 같아요. 2년 정도는 그렇게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주 3회는 나갔으나, 최근 2년은 일이 많이 바빠져서 아예 안 나가는 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2회 이상은 하려고 합니다. 일주일 이상 쉬면 감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복싱을 배우면 얼마나 위험한가요? 다칠 가능성이 높나요?

 

복싱도 스포츠이기 때문에 부상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가 되거나 강도 높은 스파링을 자주 하지 않는 이상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자세로 연습하고, 평소 적당한 강도로 스파링하며 안전장비를 잘 착용하신다면 큰 부상을 입을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처음에 자세가 안 잡힌 초보자분들은 어깨나 손목에 약간 무리가 갈 수도 있는데요, 이런 부분들은 자세를 잡아가면서 점차 나아집니다.

 

복싱을 배우려면 체력이 얼마나 좋아야 하나요?

 

체력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는 체력이 부족해도, 일단 체육관에 가서 채워나가면 됩니다. 그래도 준비해서 가고 싶으시다면, 줄넘기를 3라운드 정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체력을 만들어 가시면 좋습니다(1라운드 = 3분). 평소에 운동을 많이 안 하셨다면 처음 한두 달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드실 수 있는데, 이 시기만 잘 버티고 나면 체력이 금세 늘어나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복싱 장비는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우선 처음 배울 때는 핸드랩이 필요합니다. 긴 천으로 손목과 주먹을 돌돌 감아 보호하는 건데요, 이게 없으면 손목이 꺾이고 주먹뼈(정권)에 부담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백글러브가 필요한데요. 이건 샌드백을 칠 때 사용하는 경량 글러브입니다. 복싱 글러브는 솜이 들어 있는 양에 따라 8oz, 10oz, 14oz, 16oz 등으로 구분하는데요, 보통 백글러브는 8oz 이하의 얇은 글러브를 말합니다. 다만 체중이나 손 크기에 따라 10oz 이상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글러브가 얇을수록 더 빠르게 칠 수 있고 타점을 정확하게 느낄 수 있어서 연습할 때 좋습니다.

처음에는 핸드랩과 백글러브, 실내용 운동화만 있으면 되고, 스파링을 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다면 추가 장비를 구매하셔야 합니다.

스파링을 할 때는 마우스피스가 필수입니다. 스파링용 글러브, 헤드기어는 개인용으로 구매하시는 게 좋습니다. 보통 체육관에 공용으로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여러 사람이 돌려 쓰다 보면 땀과 세균에 오염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위생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피부가 예민하신 편이라면 반드시 개인용을 구매하시길 권해요. 복싱화도 착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일반 운동화보다 접지력이 좋고, 발목도 잘 잡아줍니다.

그로인 가드는 중요 부위와 바디를 보호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개인적으로 구매하셔도 좋아요. 특히 글러브, 헤드기어, 그로인 가드를 색상 맞춰 세트로 갖추시면 예쁩니다.

 

장비 가격은 천차만별인데요. 처음 시작할 때 핸드랩과 백글러브를 구매하신다고 하면 보통 5만 원, 비싸도 10만 원 안에서 해결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마 체육관 등록할 때 장비도 같이 구매하실 수 있을 거예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래 연습해야 실력이 늘까요?

 

타고난 신체 능력과 재능에 따라 실력이 올라가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연습 시간을 많이 투자하시면 실력은 분명히 늘어납니다. 특히 배우는 초반에는 자주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자세를 배우고 몸에 익히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중요합니다. 자세가 잘못 기억되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거든요. 최소한 주 3회 이상은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제 생각엔 어느 정도 실력이 올라가고 나서는 계속 시간만 투자한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본인만의 패턴과 습관이 생긴 상태라면, 같은 방식으로 연습해서는 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운동하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객관적으로 본인 스타일을 분석해보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루틴을 체계적으로 세워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싱을 배우면 실제 자기방어에 도움이 될까요?

 

아마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실 것 같네요. 결론을 말하자면,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특히 격투기를 배운 적 없는 사람들과의 상황이라면 더욱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파링을 많이 해보셔야 합니다. 혼자 연습하는 것과 실제 상대와 스파링을 해보는 건 많이 다르거든요. 스파링을 하면 상대의 패턴을 읽고 그에 적절한 공략을 생각해내어 대응해야 합니다. 타격과 방어에 대한 감각도 익혀야 하고요. 이런 훈련이 된 사람과 되지 않은 사람은 실제로 맞붙었을 때 쓸 수 있는 기술의 차이가 큽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공격할 때 본인만의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감정적이고 흥분했을 때는 이런 패턴이 단순해지고 쉽게 노출됩니다. 많은 경우, 공격을 시도할 때는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지듯이 주먹을 뒤로 길게 내뻗습니다. 처음 스파링을 할 때 자주 보는 패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미리 알고 있다면 훨씬 쉽게 대응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복싱을 배웠다면 무조건 상대를 이길 수 있을까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은 경험이 있는 복싱 선수일 수도 있고, 주짓수나 레슬링 같은 다른 무술을 배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라운드 상황으로 가면 복싱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또, 상대가 무기를 가지고 있거나 여러 명이 함께 공격할 수도 있고요. 게다가 내가 잘해서 이겼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크게 다친다면 그것이 정말 이긴 건지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그래서 실제 상황에서는 주먹을 쓰기보다는, 가능한 한 싸움을 피하고 위험할 경우 경찰을 부르는 것이 최선입니다.

 

나이가 많아도 복싱을 시작할 수 있나요?

 

네, 그럼요! 복싱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체육관을 다니면서 60살, 70살이신 분들이 시작하시는 것도 많이 보았습니다. 늦은 시기라는 건 없습니다. 복싱은 혼자 연습하는 시간이 많은 운동이기 때문에, 본인의 상황에 맞게 루틴을 짜서 훈련하신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건강하게 운동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복싱을 하면 다이어트나 체형 관리에 효과가 있나요?

 

복싱은 에너지 소모가 많은 스포츠입니다. 꾸준히 하신다면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식단 관리도 병행해야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많은 체육관들이 댄스 복싱, 크로스핏형 단체 운동 등 다양한 루틴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런 루틴을 잘 확인하시고 본인에게 잘 맞는 체육관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체형 관리의 경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근육 불균형 같은 문제는 복싱보다는 재활운동을 알아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스파링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나요?

 

스파링을 시작하는 시기는 체육관마다 다릅니다. 빠른 곳은 3개월 만에 시작하기도 하고, 늦으면 1년이 지나도 스파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제가 다녔던 곳들은 3개월~6개월 사이에 라이트 스파링을 경험하게 해주었던 것 같아요. 보통 기본기가 마무리될 즈음 스파링 훈련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꾸준히 다니셨다면 3개월 정도면 기본기는 익히실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스파링은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며, 본인이 원하신다면 참여하시면 됩니다. 관장님이나 코치님이 권유하실 수도 있는데, 부담스럽다면 하지 않겠다고 말하셔도 괜찮습니다.

 

복싱의 기본기는 어떤 것들이고, 얼마나 어려운가요?

 

복싱의 기본기는 스텝(Step/Footwork), 잽(Jab), 스트레이트(Straight), 훅(Hook), 어퍼컷(Uppercut), 바디샷(Body Shot) 등이 있습니다. 이 기본 동작들을 조합해서 콤비네이션(Combination)을 만들어냅니다.

 

보통 체육관에 처음 가면 스텝을 통해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걸 연습하고, 잽–스트레이트 조합을 많이 연습합니다. 어느 정도 잽과 스트레이트의 자세가 잡히면 그다음에 훅과 어퍼, 마지막으로 바디샷을 배웁니다. 보통 훅과 어퍼가 들어가면 많이들 어렵다고 느끼시더라고요.

기본 동작은 몇 개 없지만, 이걸 배우고 나서도 기본기를 디테일하게 연구할수록 더 어려워집니다. 무게중심을 어디에 실을지, 어떤 콤비네이션과 연계해서 임팩트를 만들지 고민하다 보면 정말 끝이 없습니다. 이런 기본기를 계속 갈고닦아 나가는 것이 고수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가지 질문과 답을 준비해보았는데요.

혹시나 복싱을 시작하려고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떤 체육관을 골라야 할지, 어떻게 복싱을 연습해야 할지 제 생각을 써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